파스타를 처음 만들어보는 사람들 중 아마 열에 아홉은 알리오 올리오를 택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인지도가 엄청나게 높다 이탈리아에선 팔지도 않는 허접 메뉴인데..

어떤 환상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재료가 간단해서일까

 

아무튼 오늘의 알리오 올리오 내가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온갖 형태를 다 해봤는데

한국 가정에서 EV올리브유와 마늘 그리고 페페론치노 3가지로 내는 맛은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건 페페론치노밖에 쓸 수 없는 건 크게 상관없다 쳐도

마늘과 올리브유를 정말 좋은 걸 써야 하는데 한국에서 좋은 올리브유는 너무 비싸고

일반 가정에서 한지 통마늘을 구하기는 번거롭다 대부분 난지 깐마늘을 갖고 있을 것이다

참고로 하드넥 소프트넥으로 구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한지 난지로 구분하는 것이 정확하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맛이 나지 않는데 해결책은 간단하다 맛있는 재료를 추가하면 된다

한국에서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는 냉동 삼겹살을 추가한다

여기에 감칠맛을 올려줄 역할이 필요한데

 

1.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2. 치킨스톡 (진짜 닭 육수를 우려낸 것을 말한다)

3. 치킨파우더 (닭 육수가 아닌 MSG 첨가 제품을 말한다. 혹은 그냥 MSG)

 

이 중에서 선택하면 되는데 2는 직접 만드려면 굉장히 번거롭고 한국에선 팔지도 않으므로

양자택일이 되는데 나는 파르미지아노 치즈가 있기 때문에 이걸 사용했다

 

 

 

 

재료

 

정수 1L

코셔솔트 10g

냉동 삼겹살 50g (24시간 냉장 해동)

데체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10ml

데체코 건파스타 100g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5g

마늘 8개 (일반 가정에 있는 난지 깐마늘)

건 페페론치노 4개

 

 

여기에 흑후추를 뿌리는 사람도 있는데 난 비추천한다

후추 향이 강렬해서 나머지 향을 너무 눌러버리기 때문이다

하나만 택하라면 뿌리지 않길 바라지만 사람의 입맛은 다양하니까

뿌린다면 아~~~주~~~ 살짝만 그리고 그라인더 세팅은 작은 입자로 하자

 

재료에 파슬리가 빠진 이유는 한국에서 플랫 파슬리가 쓸데없이 비싸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허브 중에서 파슬리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바질은 좋아한다

 

 

 

프로세스

 

소금물을 약불로 올려놓고 우선 재료 손질을 전부 다 끝내자

삼겹살은 길다랗게 잘라주고 표면의 수분이 제거되도록 한다

마늘은 편으로 썰어준다 너무 얇으면 금방 타니까 적당히 얇게

파르미지아노까지 그레이터로 갈아주면 재료 손질이 금방 끝난다

 

스텐 팬 예열하고 올리브유 5ml 넣고 온도가 오르면 삼겹살을 가능한 바삭하게 구워준다

다 구워졌으면 삼겹살을 잠시 빼두고 올리브유 5ml와 마늘을 넣고 소금물 강불

여기서 팬이 좀 넓은 거라면 그냥 평평하게 두지말고 기울여서 기름과 마늘을 몰아넣고 향을 내도 좋다

마늘에 색이 나기 시작하면 끓는 물에 건파스타 100g을 넣어주고 팬에는 건 페페론치노 4개를 부숴넣는다

마늘 색이 골든브라운이 되면 면수 한 국자(50ml)를 넣어주고 대기

 

위 파트의 순서는 글처럼 되지 않을 수 있다 가정마다 화력이 다르고 마늘 두께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니까

여기서 가장 주의할 점은 마늘이 절대 타면 안된다는 것이다

만약 혼자서 급속도로 변하는 마늘이 있다면 당황하지 말고 삼겹살과 같은 곳에 빼두면 된다

타버리면 오일에 탄 향이 배기 때문에 반드시 주의한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오일에 페페론치노를 넣고 너무 오래 가열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탈 수 있기 때문이고 경험상 너무 오래 가열하면 매운맛과 향이 덜해진다

 

내 파스타는 알덴테가 7분이므로 5분간 삶아주고 면수 두 국자와 함께 팬으로 옮긴다 (국자 용량이 작음)

중불로 전분이 잘 뽑히길 2분간 기다렸다가 불을 끄고 삼겹살과 파르미지아노를 넣은 다음

치즈가 잘 녹도록 휘저어주고 만테까레로 완성

만약 수분이 부족하다면 면수를 조금씩 추가하면 된다

크림소스를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저 뻑뻑한 상태는 잘못만든것이다!!!!!!

참고로 유화는 기름보다 물의 비율이 높아야 한다

 

이멀젼이 잘 됐는지는 바닥을 숟가락으로 긁어서 소스를 떠보면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1. 팬 바닥에 자국이 남는다

2. 떠낸 소스를 떨어뜨릴 때 점도가 확실히 있다

 

 

 

진짜 장담하는데 올리브유 마늘 페페론치노 이거 3개로 아무리 삽질해봤자 이것보다 맛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돼지기름과 응축된 감칠맛 2가지가 첨가되었기 때문에 미각신경이 느끼는 파괴력이 아예 다르다

3가지 재료만 쓰는 방법은 진짜 내가 미슐랭 셰프나 이탈리아 셰프의 특이한 어레인지 등 다 해봤는데

재료가 동일한 경우 얼마나 유명한 요리사가 만들든 돼지기름과 감칠맛 2가지가 추가된 이 파스타가 더 맛있을 것이다

 

 

이거 알리오 올리오 아닌데요? 라고 반박한다면.. 그럴 수 있다

아마 그 사람이 생각한 파스타는 알리오 올리오 에 페페론치노(+파슬리) 형태일 것이다

내 생각에 이것은 약간의 재료가 추가된 알리오 올리오가 맞다. 그리치아로 다가간.

 

 

마늘을 다지지 않고 편으로 썰은 이유는

다지면 향을 뽑기 전에 예상치 못하게 금방 타버릴 수 있고

먼저 타버리는 녀석을 따로 빼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나는 마늘의 형태가 남아있는 것을 좋아한다

보기에도 좋고 하나씩 집어먹을 때의 단맛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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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을 바꿨다가 또 배웠다

마늘을 익히고 전부 빼두는 방법을 써봤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게 하지 말자

일단 마늘을 빼놔서 얻는 이점이 없다 마늘이 바삭한 그런 상태가 아니다

그리고 팬에 별다른 음식물 없이 기름+페페론치노만 있으니 온도가 과하게 올라간다

이 상태에서 면수를 넣으면 물이 급속도로 증발하며 최루탄이 탄생한다

절대 저렇게 하지말자 페페론치노도 열을 너무 받게됨

 

그리고 불에 올려둔 소금물이 너무 쫄지 않게 빨리빨리 진행하자

손질 속도에 맞춰 아예 불을 늦게 켜든 각자의 방법으로 조절하자

 

마지막으로 페페론치노 만지고나서 제발 꼭 손을 씻자

이번엔 얼굴만이 아니라 눈알 자체에 테러를 당했다

원래는 눈가를 테러한건데 이걸 물로 닦아내려다가 눈으로 들어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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